벌써 미국에 돌아온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은 미국에서 학교생활을 2년 반, 즉 5학기 정도 보냈다.
나는 우리 아이들 덕분에 미국에서 PreK, Kinder,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 경험해 보고 있다.
어린 자녀 혹은 학년기에 있는 자녀들을 데리고 미국에 오는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 문제에 대한 고민이 참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좋은 정보가 많다고 해서 이것이 내 케이스에 맞는 경우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도 하고, 정보는 상황마다 달라질 수도 있다.
결국에는 내게 그리고 내 자녀들에게 잘 맞는 정보를 때마다 잘 찾아 고민하고 적용하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정보도 많지 않았고, 심지어 지인들도 아무도 없는 지역에 와서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지난 시간을 보냈다.
한국인들이 많은 지역에 사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도 제한적이어서
직접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하고, 둘러보며 알아보며 정보를 찾는 일이 필요했다.
이런 경험이 고생일 수도 있지만, 다음 과정에서는 수월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훈련과정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2학기를 마칠 즈음 미국으로 와서 학교를 입학하게 된 우리 둘째아이는
이 곳에 처음 학교를 보낼 때 한 학년 낮추어 보냈다.
원래는 아이가 4학년 2학기로 학교를 다닐 나이었는데
학교에 문의를 해서 한 학년 낮추어 3학년 2학기로 보낸 것이다.
입학센터에 이 부분에 대해 문의했을 때, 학교와 직접 이야기해보라고 알려주었다.
이 부분은 학교에서 결정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입학시스템은 입학센터를 거쳐 약간의 테스트를 받은 후
home place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의 학교롤 배정을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해 둔 학교에 문의해 입학을 허가받고 전학신청 과정을 거친 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참고로, 첫째의 경우에도 학년을 낮추어 보내는 것에 대해 고려했는데,
아이가 다닐 중학교에서 그 학년 그대로 보내는 것이 더 낫겠다는 권유를 받아들여 제 나이대로 보냈다.
먼저 입학센터에서 ESL대상자로 학교에 배정을 받은 이후에,
학교에 서류를 제출하면서 교장과 교감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학년을 낮출 수 있는지 문의했다.
교장과 교감은 상의를 하더니 학년을 낮추어 보내는 것을 허락하면서
나에게 여러 번 물었다.
Are you sure?
그만큼 신중하라는 의미!
내가 아이의 학년을 낮춰보내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추진한 몇 가지 이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살펴 보면,
먼저 한 학년을 낮추어 보내고자 한 나의 주관적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1.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공부를 잘 하지도 못했다.
한국에서도 공부에 관심도 크게 없었고 성적도 좋지 않은 편이어서 아직은 공부할 때가 아니구나 생각했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 즐겁게 학교 생활하며 적응할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자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한 학년을 낮추어 보냈고, 다행히 당시 같은 반에 들어가게 된 한국인 친구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되어
친구와 같은 학년 같은 반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배웠던 부분들을 다시 배우는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영어의 한계가 있음에도 자신감 있게 따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약 한국에서 공부를 제법 잘 하는 친구라면 영어의 한계가 있더라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2. 아이가 키가 많은 작은 편이어서 한 살 어린 친구들과 공부하면 그나마 중간이라도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 그런데 이건 케이스바이케이스...
물론 키가 클래스에서 중간은 간 건 사실인데...
이건 정말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었다.
아이가 키도 작고 덩치도 작아서 혹시나 치이지 않을까?
그런 염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체격이 작은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는 점......
결국 그건 나의 작은 염려일 뿐.
그리고 다행히 미국에선 나이에 대해 서로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알고 나서도
잠깐 오~ 하고 놀랄 뿐이지
그게 친구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이의 친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댄다.
너는 나보다 한 살 많은데, 키가 왜 나보다........
3. 영어 실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와서 학교에 입학할 때, 아이는 영어실력이 말하기 듣기에는 크게 문제는 없었다.
물론 아카데믹 스킬에서 요구하는 말하기 듣기와는 다르지만,
생활적인 부분에 대한 영어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학원이나 공부를 시킨 것은 따로 없지만, 아이가 어릴 때부터 오디오북은 매일 듣고,
또 미디어를 노출할 때 영어로만 했던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 입국시에도 공항의 직원들과 영어로 문제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공부는 다르다.
읽기와 쓰기, 심지어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 과정에 시작되는 기초적인 영어수업을 들었다고 해도
미국생활을 시작하는 아이에겐 그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는 기본적인 파닉스 공부도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건 좀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면서 알게 된 부분이어서 제대로 안다기보다는
영어파닉스를 감으로 아는 정도였다.
이렇게 영어 읽기 수준이 바닥인 아이가 미국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는 건 쉽지 않다.
ESL 대상자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차근차근 시작되는 공부가 아니라
초등학교 3학년 2학기에 들어가 시작된 공부라
아이는 거의 그리기 수준으로 영어를 쓰며 배워갔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아이는 또래 미국 친구들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혼자서 좋아하는 책들(근래에는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는다)을 읽고,
종종 스펠링이 틀리긴 하지만 문법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이 글을 쓰고,
친구들과 아무 문제 없이 공부에 대해서도 토론을 한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이해부분에 대해서는 미국 친구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본다.
이 아이가 학교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도 살펴보면
1. 평소의 영어 듣기 말하기에 대해 기초적인 수준이 되어 있었다는 점
이 점에 대해서는 영어 오디오북과 영어 애니메이션을 강하게 추천드린다.
공부시킨다고 너무 압박을 주지 않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
우리 아이는 원래 공부를 크게 안 좋아해서 압박을 주어도 압박을 받지 않는 강철꼬마였다.
다만 즐기면서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미리 준비시키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2. 아이가 긍정적으로 매우 사회적인 성향이라는 점
겁없이 자기가 아는 영어를 다 동원하며 친구들을 사귀고,
자기 상황들을 설명할 수 있고, 낮선 환경을 즐길 수 있었다.
이웃 친구들을 사귀어서 매일 민나 하루 놀고,
집으로 친구들을 데려와 간식타임을 즐기기도 하고,
사회성이 좋다보니 미국생활이 즐거워졌다.
이런 요소들이 있어 공부에 크게 관심 없는 아이도
미국에서의 학교생활을 잘 적응해 갈 수 있었다.
처음 미국에 어린 자녀들과 오게 되면,
아이들의 학교생활 문제에 많은 염려를 갖게 되는 것이 부모로서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줄 튜터를 알아봐서 붙여주게 되고,
여름방학에 한국에 방문해서 1:1 학원을 보내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미국은 한국에 비해 아이들의 학업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라
우선 생활적인 부분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긍정적인 마인드와 용기와 확신을 심어주는 것도 정말로 필요하다.
어느 정도 생활에 적응을 하면, 공부는 그때부터 서서히 잡아주면 어떨까 싶다.
(물론 학업이 우수하고 잘 따라갈 아이들이라면 그 학년 그대로 보내는 것이 낫다.
실제로 지인들의 자녀들 중에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바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을 입학하는 경우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모든 부모가 바라는 바겠지만....
이것 역시 학교시스템이 허용한다면 개인의 선택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입학하는 경우에도 그 학년연령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막내의 경우 제 연령대로 preK 2학기부터 보냈는데,
지금은 또래들과 다를 바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아직 저학년이기는 하지만 학업성적도 좋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초등학교 3학년 이후라면 학년을 낮추어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가 원하고, 학교에서도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준다면 말이다.
아이와 신중하게 생각하고 상의하는 시간들을 보내길 바란다.
이건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
자녀의 학년을 낮추어 미국에서 학교를 보내고자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에게
나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응원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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